담안편지(714) - 오늘의 제목, 레마, 다짐을 매일 씁니다
이한규 목사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00교도소에 복역 중인 27살 무기수 000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제가 편지를 드리게 된 건 다름이 아니오라
자그마한 부탁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이곳에서 생활한 지 만 4년째인 수형자입니다
그중 2년은 재판기간으로 독거실에서 생활했으며
재판이 모두 끝난 후에야 이곳으로 이송 와서 혼거를 시작했습니다
제 삶을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구속 첫날부터 노란색 요시찰 명찰을 달고 독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월새기를 보기 시작한 건 처음 혼거에 왔던 그 즈음이었습니다
000님이 월새기를 읽고 저에게도 한번 읽어보길 청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습관이 이어질 정도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작년 12월경에
이번엔 또 다른 000 형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동 도우미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영적인 대화나 실존적인 고민들에 대해서
너무 뜻깊은 대화가 오가며 급속도로 친해졌고
제게 좋은 책을 추천한다며 월새기를 가져오셨습니다
지금까지는 한 달에 한 번 나눠주는 종교서적 중에
운좋게 월새기가 남아있다면 그때서야 한번씩 읽을 수 있었는데
00 형님의 말로는 이렇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해본다면
아마 도와주실지도 모른다고 하며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월새기를 정말 모두 활용할 정도로 애독하고 있고
하루치 글 끝에 있는 오늘의 제목, 레마, 다짐을 매일 씁니다
사실 그것을 위해 월새기를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저의 기상시간은 5시 45분으로 6시부터 월새기를 읽기 시작하여
25분정도 매일 아침 체크하며 읽고 있습니다
오늘의 다짐란에 하소연도 써 보고 다짐도 써 보면
왠지 제 마음이 치유받는 느낌이 들고
힘든 날에는 지나간 다짐이나 레마를 읽어보면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도 얻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쓰는 월새기를 혹시 제가 매달 한 권씩 받아볼 수 있을지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긴 수형기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부탁드립니다
제가 딱히 돌려 드릴 수 있는 어느것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고달픈 이 인생의 걸음마를 배우는 중인 작은 제게
도움을 나눠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지를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몰라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27일이 제 생일날입니다 소중한 선물을 받아 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한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00에서 000 올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