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728) - “아가! 너는 종교가 뭐니?”
아후~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거죠?
저희는 또 격리되었습니다
다행히 수용자는 아니고...이러한 일이 몇 번 반복이 되니
그런가 보다~ 하게 되네요
감사하게도 방 사람들은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라
하루하루 보내는 게 힘겹지가 않습니다
4년 6개월 전...어찌 보냈는지...내가 이 긴 시간을 보냈다고?
저는 외로운 건 못참는 성격이라
한 번도 가족들 곁을 떠날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었어요
그만큼 집이, 가족들 품이 좋았어요
이곳에서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게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는 거였어요
자주 연락해 주는 남편이 아니었기에 더욱 더 외로웠지요
그래서 말질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도 보고 그랬어요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부정했던 예수님이
결국 저를 무릎 꿇게 하셨죠
단단하게 지켜 내려 했던 제 자신을
너무나도 단숨에 그것도 허무하게 부숴뜨리셨습니다
형이 확정되고 기결방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 방에 발을 들여놓고 짐을 내려놓는 순간
방에 계시던 연세 있으신 분이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아가! 너는 종교가 뭐니?” 물으시더라고요
제게는 “얘야, 너는 예수님을 믿니?” 하고 묻는 소리로 들렸어요
대책없이 허를 찔리는 질문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을 텐데 방 어른들이 저를 다독여 주셨어요
그 맘 안다고요...그날 이후로 더 버틸 재간이 없더라고요
두 손들고 항복했지요
그저 지금 제가하고 싶은 건,
지친 가족들을 위해 따끈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거예요
엄마 보살피고 제 대신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동생을 위해,
간단하게 준비된 식사를 그때그때 전자레인지에 데워 드셨을 엄마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지친 남편을 위해,
맹물에 밥 말아 먹는 걸 좋아한다는 딸을 위해,
장이 나쁜 아들을 위해 삼시세끼 그들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모두가 마음껏 바깥 활동을 할 수 있게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고요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얼른 돌아오고 싶은 따뜻하고 편안한 집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 바람 역시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턱도 없는 거 알아요
그래서 기도드려요 그렇게 얼토당토 않는 게 아니라면 허락해 달라고요^^
한번쯤은 저도 누군가에게 영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해가 되지 않고 득이 되는 사람이 되길 원해요
이제는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느니
차라리 모자란 사람이 되는 게 낫겠다 싶어요
그냥 작은 일로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
제 바람이 뜬금없는 건 아니길 바라며 응원해 주십사 부탁드려요
이한규 목사님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
매일 목사님의 글을 접하다 보니 남 같지가 않아요
그분 성정도 짐작이 가니 힘든 사역 잘 견디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리고 또 연락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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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