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릴레이
몇 해 전, 남원의 절에서 수행하는 한 스님이 신부전증 환자인 기독교인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기자가 스님에게 기독교인에게 신장을 준 이유를 묻자 스님은 대답했다. “모든 만물이 인연을 따라 서로 돕고 사는데 하물며 생명 살리는 일에 종교의 벽이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 사랑을 받고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녀의 남편도 자기 신장을 다른 여성에게 기증했다. 사랑의 릴레이가 벌어진 것이다.
전직 역무원으로서 독실한 기독교인인 어떤 남성은 200회 이상 헌혈을 했고 환갑이 넘어서도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했다. 그가 말했다. “바쁜 일이 생기거나 사정이 있어 헌혈할 날에 가지 못하면 왠지 마음이 섭섭합니다. 오히려 헌혈하고 나올 때 가슴이 뿌듯하고 기쁨이 넘칩니다.”
그는 2001년에는 신부전증 환자인 한 여성에게 아무 조건 없이 신장을 기증했다. 그때 수술대에서 두려운 마음보다는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감정이 신부전증 환자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생각할 때 너무 사치스런 감정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까지 있었다고 했다. 얼마나 귀한 마음인가?
삶의 극적인 기쁨은 힘들게 사는 이웃에게 힘이 되는 체험을 한 사람에게 온다. 그 기쁨을 생각하면 시혜(施惠)는 곧 수혜(受惠)다. 나눔은 나눔 받는 사람에게도 소중한 것이지만 나눠주는 사람에게는 더 소중한 것이다. 참된 성공이란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미움의 연쇄사슬을 끊고 사랑의 릴레이를 하는 것이다. 이웃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기여하는 삶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다.
여성을 공에 비유한 블랙 유머(black humor)가 있다. 10대에는 축구공처럼 많은 남자들이 따라다니고, 20대에는 농구공처럼 따라다니는 남자가 줄고, 30-40대에는 골프공처럼 따라 다니는 남자가 한 명 정도 있으면 다행이고, 50대에는 피구공처럼 피하려 하고, 60대 이상은 탁구공처럼 서로 남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유머다.
상품인생은 나이가 들면 가치가 떨어지지만 작품인생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가치가 올라간다. 상품인생과 작품인생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가? 약자를 위한 사랑의 릴레이 주자가 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왜 조약돌처럼 널린 행복을 찾지 못하는가? 약자를 사랑으로 품으려고 몸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왕자님 모시기’란 게임을 한다. 달리는 중에 쪽지를 집으면 그곳에 모실 대상이 적혀 있다. 선생님이 적혀 있으면 선생님을 모시고 아빠가 적혀 있으면 아빠를 모시고 운동장을 돌아 결승점까지 가야 승리한다. 약자를 왕자님처럼 모시고 사랑의 릴레이를 펼치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다. 지금 내가 모실 왕자님을 꼽아보라. 그렇게 꼽기만 해도 어느새 마음에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상처는 인생의 보물지도> 이웃편 중에서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