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
자녀를 끔찍이 사랑해서 자녀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어떤 부모가 있었다. 그래서 자녀는 “바꿔!”의 선수가 되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에게 한번 야단맞았다고 유치원을 바꾸고 학원에서 한번 친구와 싸웠다고 학원을 바꾸고 교회에서 한번 섭섭했다고 교회를 바꿨다. 잘 바꾸는 삶이 기분은 잠깐 좋아지게 하지만 인격은 점차 저하되게 한다. 진짜 사랑은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호는 “좀 더 재미있는 곳으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구호는 “좀 더 의미있는 곳으로!”다. 마음에 드는 곳만 찾아다니면 인격의 질이 떨어지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서도 자리를 지키면 인격의 질이 높아진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바꿔주의!’는 무익하다. 인생에 있어서 ‘력(力)’보다 ‘격(格)’이 더 중요하다. 능력보다 성격이 중요하고 실력보다 인격이 중요하다. ‘격’이 없는 ‘력’은 불행의 전조다.
어느 날, 자녀가 선생님한테 야단맞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일러바쳤다. 그 얘기를 들으면 감정은 “왜 내 아이 기를 죽여!” 하고 불평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반면에 지혜는 “내가 꾸중해야 될 부분을 선생님께서 대신 해주셨구나!”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기를 살리는 것보다 격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는 감정적이고 일시적인 것이지만 격은 의지적이고 지속적인 것이다.
사건으로 생긴 자녀의 아픈 감정은 감싸 안아 주되 그 사건 이후의 조치는 자녀들의 구미에 맞지 않아도 지혜롭게 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구미에 맞지 않는 일도 하게 하고, 재미없어 하는 자리에도 가게 하는 존재다. 어렸을 때 구미와 재미를 따르기만 하면 커가면서 진짜 참 재미를 못 누리는 인생이 된다. 부모는 재미없고 힘든 상황을 잘 회피하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잘 극복하게 하는 존재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사명을 일깨우는 일이다. 사명은 과거를 승화시키는 불굴의 의지를 주고, 현재의 땀을 가장 보람 있게 만들고, 더 좋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게 한다. 실패가 있어도 사명이 분명하면 실패는 행복의 디딤돌이 된다. 사람은 사명을 의식하는 만큼 강해지고 넉넉해지고 행복해진다. 잘사는 삶이란 사명을 따라 사는 삶이다. 사명을 따라 살라고 현재의 일을 하게 된 것이고 현재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어리석은 부모들은 ‘고기 잡은 것’을 남겨주고 상식이 있는 부모들은 ‘고기 잡는 법’을 남겨주고 지혜로운 부모들은 ‘고기 잡는 사명’을 남겨준다. 인생은 폭풍 없이는 항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절망을 이기게 하고 방향을 잡게 하는 ‘사명’이란 마음과 생각의 북극성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결국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사명을 다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가진 것이 없어도 사명을 따라 살면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이다.이한규의 <상처는 인생의 보물지도> 가족편 중에서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