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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길만 걸으세요
작성자 FX한밭 등록일 2018-10-17
 얼마 전에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유명한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죠. 그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었던 아이히만이라는 나치 장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악이 평범한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아렌트의 분석이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한 구절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아르헨티나나 예루살렘에서 회고록을 쓸 때나 검찰에게 또는 법정에서 말할 때 그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 똑같은 단어로 표현됐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돼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06쪽)
 
  아이히만을 보면서 아렌트는 그의 무능력함에 주목합니다. 어떤 무능력함이죠? 바로 ‘생각하는 데 있어서의 무능력함’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하는 것을 아렌트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어떠세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으십니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리고 더 깊게는 ‘공감’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해 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악의 평범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얼마만큼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렌트가 쓴 이 구절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너중심’의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너중심으로 움직이는 분이시고, 그런 하느님을 닮아가려는 우리들도 너중심으로 살아갈 때 행복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삶, 곧 전적으로 나중심으로 움직이는 삶을 어쩌면 ‘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자리에서 악의 문제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여정을 되돌아보면 악의 가장 핵심적인 모습이 바로 전적인 나중심의 모습, 그래서 ‘그 누구와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게 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만을 생각하고, 내 안에 갇혀 있는 모습입니다. 자꾸만 밖으로 뻗어나가게끔 하는 사랑의 속성과는 정반대의 방향입니다. 
 
  물론 우리 안에는 계속해서 나를 위해 움직이게 하는 사욕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죄 이후의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사욕 자체와, 그 힘을 따라서 실제로 나중심으로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고 이미 말씀드렸지요? 내 안에 사욕이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사욕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하는 것, 그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바로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 여정을 계속 걸어갈 때 조금씩 우리의 삶이 변화되고 존재가 변화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되고 또 점점 더 빨리 하느님의 은총을 알아차리게 되지요. 
 
  이러한 여정을 우리 각자가 따로, 혼자서 걸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늘 나와 함께 계시니까요. 우리가 자주 그분을 잊어버리고 못 알아차리고 또 때로는 외면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느님께서 안 계신 것은 아닙니다. 늘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더 자주 알아차리고 만나고, 그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 그럼으로써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달라지고 우리의 삶이 변화되는 것, 이것이 우리의 기도생활이고 영성생활입니다. 처음 말씀드린대로, 살아 계시는 참 하느님과 맺는 생생하고 인격적인 관계입니다. 하느님과 나누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입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릴 때가 됐습니다. 자꾸만 덧붙여서 더 말씀드리고 싶지만, 늘 같은 말의 반복이라 그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동창신부님들 모임에서 제 글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한 동창이 말하더군요. 처음 몇 달은 제가 쓴 글을 재미있게 읽었고 나름 유익하다 싶은 내용들이 있어서 잘 봐둬야지 생각했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진도가 안 나가더라는 겁니다. 실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동창신부 이야기를 듣고는 배꼽을 잡고 웃었지요. 
 
  조금 더 짜임새 있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간결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독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제 자신 스스로도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독자 여러분께 지식으로만, 말로만 주제넘게 아는 척 했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커다란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첫 시작은 원고 청탁을 괜히 수락했다는 막심한 후회로 거의 울 뻔한 마음이었지만, 이 글을 써나가면서 제 나름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또 그 이상으로 더 하느님을 찾고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연재를 다 끝내고 돌아보니 이제야 은총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중간 중간 계속해서 하느님 은총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마련해 주신 가톨릭신문사와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을 요즘 종종 듣게 됩니다.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길이 꽃길일까요? 하늘거리는, 화사하고 예쁜 꽃들이 잔뜩 피어있는 길만이 꽃길일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건 꽃을 하나의 전체로서가 아니라 일부분으로만 만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형형색색의 꽃잎들만이 꽃은 아닐 것입니다. 한 송이 꽃으로 있기 위해서는 그 씨앗도, 뿌리도, 줄기도, 꽃망울도 다 필요합니다. 다 지고 시들어 떨어진, 색이 바란 꽃잎들도 꽃의 일부분이죠. 우리가 가는 꽃길은 화사한 꽃들로만 이뤄진 꽃길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길입니다. 씨앗으로 뿌려져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길이기도 하고, 싱싱한 싹으로 돋아나 생명력을 엿보게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줄기가 무럭무럭 자라고 마침내 꽃이 피어나 아름다움과 향기를 전해주는 길이기도 하고, 다 시들어 초라해진 씁쓸함을 전해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기쁨과 감사함, 은총만이 있는 길이 아니라, 때론 기다림도 실망도 아픔도 있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느님 길, 그리고 우리의 길입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하느님 길만 걸으세요! 그렇게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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