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꿈을 가지라(1) (요한복음 1장 35-42절)

  필자는 원래 선교사가 되려고 뉴욕에 있는 미국 C&MA(기독교선교연맹) 소속의 얼라이언스신학대학원(ATS)에 입학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선교사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달란트에 맞춰 선교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새로운 역할을 모색했다. 결국 선교지로 직접 가는 ‘전방선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전방선교사를 기도와 문서와 물질로 돕는 ‘후방선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1987년 수중에 퇴직금 약 100만 원을 들고 미국 유학을 떠났던 필자는 1991년 졸업 후 수중에 약 100불을 들고 귀국했다. 그때부터 ‘선교사 훈련학교’를 세우는 비전을 가지고 계속 기도했다. 처음에는 5년 정도면 비전의 기초를 세울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2000년쯤에는 선교사 훈련학교의 첫 삽을 뜰 줄 알았지만 그런 일도 없었다. 그 후에도 수없이 선교사 훈련학교와 관련해 문을 두드렸지만 역량 부족으로 비전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같은 비전을 가진 동역자들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2014년 가을에 몇몇 목회자가 모여 한국에 총회 신대원을 설립하는 비전을 세웠다. 그 비전이 허상이 되지 않게 먼저 기금을 적립하고 미국의 MSP(목회연구과정), 한국의 교단 총회 신학교, 그리고 목회대학원의 3중 개념이 내포된 전문인 목회연구원 과정을 정규 신대원을 세우기 전에 MSP라는 이름으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2016년 초에 4명의 학생으로 첫 수업을 시작했다. 그 후 여러 명이 추가로 등록했지만 스스로 포기했고 결국 3년 과정을 마치고 끝까지 남은 2명으로 지난 12월 초에 1회 졸업식을 감동적으로 치렀다.
   
  소수이기에 남에게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수이기에 초창기 학생의 위치와 사명과 의미와 권위와 역사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지구에 수억 종의 생물이 있지만 하나님은 사람 한 종을 나머지 종을 다스리는 리더로 세웠고 또한 사람과 나머지 종과의 능력 차이를 현격하게 두셨다. 그것은 공동체의 최종 리더는 하나 혹은 한 종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또한 아무리 숫자가 많은 공동체도 어떤 분야의 결정을 할 때는 대개 소수의 위원회를 통해 한다. 그것도 소수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바른 목회자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목회자와 관련된 여러 추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교회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지금 더욱 필요한 존재는 높은 자리에 있는 목회자보다 바른 자리에 있는 목회자다. 언젠가 필자가 섬기는 총회도 매년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목회자를 배출할 때가 올 것이다. 그전에 초창기에 바른 목회의 중심을 잘 잡으라고 하나님께서 MSP 초창기 학생을 소수로 있게 하셨을 것이다.
   
  얼라이언스 한국 총회(ACK)의 모교단인 미국 C&MA는 미국 기독교 역사에서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19세기에 무디(Moody) 목사와 함께 미국 복음주의 운동을 이끌던 창시자 심슨(Simpson) 목사는 찬송가 <어저께나 오늘이나(135장),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는(302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430장), 은혜 구한 내게 은혜의 주님(441장), 네 병든 손 내밀라고(472장)>를 지은 인물로 한국 성도들에게도 꽤 알려진 편이다.
   
  현재 플로리다에 소재한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ge)으로 이름이 바뀐 플로리다 성경신학원(Florida Bible Institute)을 세우고 그곳 학생이던 빌리 그래함을 키워낸 토마스 왓슨과 빌리 그래함의 멘토였던 존 마인더, 그리고 20세기 최대 기독교 저술가인 토저(A. W. Tozer) 목사도 C&MA 출신이다. 빌리 그래함은 사역 초기에 C&MA 청년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목사 안수는 사역 편의상 당시 플로리다 지역의 메인 교단인 미국 남침례교에서 받았다. 그러나 평생 C&MA의 복음주의 영성이 깊이 투영된 채 전도 활동을 했다.
   
  언젠가 한국 총회에서도 그런 인물들이 배출될 것이다. 어느 비전이든지 초창기 비전 동역자가 적다고 너무 서두르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하나님이 필요한 인물을 보내주실 것이다. 인물 한 사람의 힘은 작은 힘이 아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연약하고 부족하면 내가 인물이 되어 공동체의 연약하고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려는 마음을 가지라. 하나님의 일을 직접적으로 하는 멜기세덱과 같은 인물도 필요하지만 간접적으로 하는 아브라함과 같은 인물도 필요하다.<2019.1.18 월간새벽기도 중에서 발췌>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