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길이 사는 길이다(1) (요한복음 12장 20-24절)
사람은 나이가 들면 운동능력, 인지능력, 기억력, 판단력이 점차 떨어진다. 문제는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떨어지기에 자신의 능력 저하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자기 몸을 너무 믿지 말라. 쉽게 할 것 같은 일도 막상 해보면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한 아빠는 딸 운동회 때 옛날 실력을 믿고 학부모 달리기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는데 생각대로 몸이 안 움직여 답답하고 창피했다고 했다. 사람의 능력은 40대와 50대가 크게 다르고 50대와 60대가 크게 다르다.
어르신이 가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라는 말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자신에게도 실감된다. 젊을 때 운동 신경이 탁월했어도 나이가 들면 계단 하나 내려올 때도 조심해야 한다. 평형감각, 인지능력, 공간지각력 등이 떨어져서 점차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다. 기억력과 판단력도 점차 떨어진다. 다만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눈치나 지혜로 떨어진 능력을 커버해 사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외면하면 무지한 자기 과신으로 남의 무시를 당하고 소통 능력 저하로 고집불통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나이든 사람끼리도 옛날 같지 않아 서로 답답할 수 있다. 그때는 서로의 능력 저하를 불쌍히 여기고 이해심을 높여야 한다. 들을 때는 예전보다 상대의 설명 능력이 떨어진 것을 이해해야 하고 말할 때는 예전보다 상대의 이해 능력이 떨어진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능력 저하를 인정하고 남의 의견을 지혜롭게 경청해서 수용해야 더 존중받고 존경받는다.
한 목회자는 총회에 갈 때마다 “이번에도 발언을 힘써 자제하자.”라고 다짐한다. 나이가 들면서 말하고 듣고 이해하고 반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이 떨어짐을 인정하고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고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나이가 들어서 회의 때 소리가 커지고 남의 말을 중간에 끊어 반박하는 것도 이해력과 기억력과 판단력의 저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선배 목회자가 총회에서 발언을 자제하면 후배 목회자들이 더 존중한다.
카페에 가면 젊은이 그룹보다 어르신 그룹의 소리가 크다. 자기 청력이 약해져서 남도 그런 줄 알고 저절로 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필자도 의도적으로 말소리를 낮춘다. 어르신들은 자기가 크게 말하는 것을 잘 모를 때가 많고 젊은이들도 왜 저렇게 어르신들이 큰 소리를 내느냐고 의아하게 반응할 때가 많다. 인정과 이해가 함께 필요하다. 남이 이해해주기만 바라지 말고 내 부족함도 인정해야 갈등도 쉽게 풀린다.<2019.4.11 월간새벽기도 중에서 발췌>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