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557) - 복음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12년 형을 받고 10년째 수용중인 OOO입니다. 얼마 전 여기서 싸움을 벌여 징벌방에 갇혔습니다. 징벌방에서 3일간 분노하며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난도질할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느리게 가는 시간 때문에 숨 막힐 것 같은 상황에서 징벌방 책장 구석에 꽂힌 2019년 <월간새벽기도> 9, 10, 11, 12월 호가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손에 잡힌 10월호부터 읽었는데 자꾸 마음을 찌르는 말들이 많아 읽기를 포기했다가 그날 잠이 안 와서 다시 <월새기>를 잠 올 때까지만 읽자고 했습니다. 새벽까지 10월호를 다 읽고 용서에 대해 생각하다가 어느새 까맣게 잊었던 피해자를 떠올리며 내가 피해자에게 했던 행동과 나와 싸운 사람의 행동 중 어떤 것이 더 악한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다 잊고 자려는데 피해자에 대한 생각과 <월새기> 내용이 자꾸 떠올라 “참회 기도 한 번 하고 마음 편하게 자자.”라고 결심하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해 본 적이 거의 없어 어색한 채 한참 멍하니 있다가 “예수님!” 하고 작게 웅얼거리듯 부를 때 갑자기 눈물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기도를 멈추고 싶었지만 이성과는 별개로 오른쪽 가슴이 송곳으로 찔린 듯 아픈 채 계속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 “아!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가 느낀 아픔이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10년 만에 처음 들었습니다, 미칠 것 같은 자책감과 찌르는 아픔이 어우러져 난생처음 기절할 정도로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죄를 노트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노트 5장 양쪽으로 빽빽하게 적은 죄들을 보면서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 두려움을 삭이려고 다시 <월새기> 9, 11, 12월호를 읽으면서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때부터 수십 년간 쌓아 왔고 숨겨 왔던 저의 이야기를 친구가 되어 주신 예수님께 숨김없이 20여 일간 울면서 다 털어 놓았습니다. 마음이 메말랐던 제가 울보가 되었습니다. 울면서 성경도 2주 만에 독방에 앉아 꿀을 빨듯이 다 읽었습니다. 저는 제가 늘 혼자였고 가장 불행한 인생인 줄 알았는데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도 사랑하신다는 생각에 울면서도 기뻤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피해자들에게 작게나마 속죄할까 하는 생각에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강도, 강간자, 절도범, 거짓말쟁이, 위선자, 사기꾼, 그리고 살인자입니다. 도저히 쓰임 받을 수 없는 존재지만 어디서든지 예수님을 태운 나귀처럼 묵묵히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구원의 복음을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OO교도소 OOO올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