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영어 이야기 < 들리는 소리와 표현된 소리 >
언어의 기초 단위는 ‘철자’이고 그 다음의 기초 단위는 ‘단어’다. 단어는 대개 형성된 유래가 있다. 단어에는 들리는 소리에서 유래한 단어, 고유명사에서 유래한 단어, 외래어에서 유래한 단어, 철자의 고유 의미가 조합된 단어, 문법 원리를 따라 조합된 단어, 어근을 따라 생긴 단어, 단어와 단어의 합성으로 생긴 단어, 시간이 흐르고 지역이 달라지면서 변형된 단어 등이 있다.
단어의 유래를 알면 단어의 핵심 의미 파악이 쉬워지고 언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단어의 유래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연적으로 귀에 들리는 소리’다. 어느 언어에서든지 의성어 단어들이 상당히 많다. 자연적인 소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린다. 다만 각 언어마다 ‘들리는 소리’를 단어로 표현한 소리가 다른 것이다. 그 ‘표현된 소리’를 철자로 조합해 만든 단어가 의성어 단어다.
예를 들어, 맹수가 으르렁 거릴 때 ‘들리는 소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린다. 그 ‘들리는 소리’를 한국어에서는 ‘으르렁’이라고 표현하고 영어에서는 ‘roar’라고 표현한다. 즉 ‘들리는 소리’는 같아도 언어마다 ‘표현된 소리’가 달라지는 것이다. 앞서 표현된 소리를 보면 한국어 표현이 원래의 소리에 더 근접한 소리 같다. 한국어 표현이 원초적인 소리에 더 근접한 표현인 것은 한국인의 표현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원초적인 소리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세계 최대의 문자인 한글 때문이다.
한글은 다양한 소리의 표현력이 탁월하기에 한국인들은 비교적 다른 언어를 잘 배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선교사들은 현지 언어를 빨리 배우는 편이다. 다만 영어 습득 속도만 유독 느리다. 왜 그런가? 가장 큰 이유는 문자의 원초적 한계로 언어 표현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일본인들이 체계화시킨 ‘일본식 문법중심의 영어공부’와 ‘일본식 단어 뜻풀이’ 때문이다.
일본인은 ‘원초적인 소리에서 나온 핵심 의미’를 따라 뜻풀이를 하기보다 한자 문화의 배경에서 형성된 ‘자연스럽게 들리는 의미’를 따라 뜻풀이를 해서 원래 단어의 핵심 개념을 많이 소실했다. 단어의 핵심 개념을 잘 모르면 많은 문장들의 해석이 어려워진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필요 없는 문법 공부를 많이 시킨 것이 일본식 영어공부의 최대 문제점이다.
그렇게 형성된 일본식 영어공부 방법과 일본식 뜻풀이가 1900년대 한국 영어공부 방식의 근간을 이루었기에 한국인들도 일본인들처럼 영어를 못하게 된 것이다. 즉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일본인들이 만든 일본식 영어공부 방법이 한국인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막는 ‘저주스런 대못’이 된 것이다. 그 대못을 빼지 않으면 한국인들의 영어공부는 지금처럼 아무리 공부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방식으로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네트영어는 그런 일본식 영어공부 방법을 깨뜨리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요즘은 영어권 현지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영어의 핵심 개념을 어느 정도 인식하면서 옛날보다는 영어실력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영어실력을 크게 향상시키려면 네트영어를 통해 영어단어의 핵심 개념을 한국어로 명쾌히 정의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를 옛날보다는 잘 듣고 잘 표현해도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뚜렷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실력 향상도 더디게 되고 번역과 통역 실력도 크게 나아지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roar의 뜻풀이를 할 때 ‘노호(怒號) 소리’, ‘포효(咆哮) 소리, 굉음(轟音) 소리’라고 일본인들이 한자어를 따라 뜻풀이를 한 방식대로 정의하지 말고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력을 살려서 roar의 뜻을 영어단어의 의성어 개념을 유사하게 맞춰 살려서 ‘으르렁 소리’라고 뜻풀이를 해야 한다. 필자가 지금 만들고 있는 <네트영어 사전>은 각 단어를 원뜻에 가장 가까운 하나의 뜻풀이로 정의해 놓은 사전이다.
네트영어 사전에서는 roar를 ‘으르렁(우르르) 소리’로 정의한다. 그러면 영어 roar와 소리도 비슷하게 들리지만 roar가 가진 원래의 핵심 뜻과도 가장 유사한 뜻풀이가 된다. 영어는 철자 변형 없이 품사 변형이 자유로운 언어다. 예를 들어, 철자가 그대로인 채 명사가 동사가 될 수 있는 언어다. 명사가 동사가 될 때는 뒤에 ‘하다’를 붙이면 된다. 그러면 동사는 ‘으르렁 소리 하다’란 뜻이 되는데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으르렁 소리 내다’란 뜻이 된다. 결국 roar의 핵심 뜻은 ‘으르렁(우르르) 소리, 으르렁(우르르) 소리 내다’가 된다. 그 기본 뜻을 정의한 후 그 옆에 한국어의 다양한 뜻풀이를 기존 사전처럼 정의해 표현한 것이 네트영어 사전이다.
영어는 사람, 사물, 동물의 의성어 표현을 거의 같이 쓰지만 한국어는 그 의성어 표현이 대개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기계가 우르르 소리를 내면 ‘굉음소리, 굉음소리 내다’라고 표현하고 맹수가 우르르 소리를 내면 ‘으르렁 소리, 으르렁 소리 내다’라고 표현한다. ‘으르렁 소리 내다’는 한국말로 조금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으르렁거리다’가 된다. 그 단어를 한자어의 개념을 빌려 뜻풀이하면 ‘포효 소리, 포효 소리 내다’라고 할 수 있다. ‘포효 소리 내다’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포효하다’가 된다.
왜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가? roar가 의성어에서 유래된 단어이고 한국말의 ‘우르르 소리, 으르렁 소리’도 역시 의성어에서 유래된 표현인데 그 둘의 표현이 표현만 다를 뿐 그 핵심적인 뜻은 같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처럼 영어 단어와 한국어 단어 중에 소리도 유사하고 뜻도 유사한 단어가 꽤 많다. 왜 그런가? 영어 원어민이나 한국어 원어민의 귀에 원초적으로 ‘들리는 소리’는 같기 때문이다. 다만 ‘표현된 소리’가 약간 틀릴 뿐이다. 그 원리를 조금 더 발전시켜 설명해보자.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병원에 병문안을 갔다. 환자가 병실 안쪽에 있어서 그가 병실 안으로 죽 들어갔다. 그 표현을 영어로 하면 “He moved in on the ward.”가 된다. 영어에서 on은 ‘붙은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로서 사물 앞에서는 ‘붙은 상태’를 나타내는 전치사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동사 뒤에서는 어떤 동작에 ‘붙은 상태에서(이어 붙여서)’라는 부사로도 많이 사용된다. 그 ‘이어 붙여서’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계속해서, 죽’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원리를 따라 go on의 뜻은 ‘가다 계속해서(계속해서 가다)’가 된다.
앞 영어 문장을 영어 표현 그대로 직역해보라. 그러면 He moved는 ‘그가 이동했다’는 뜻이 되고 He moved in은 ‘그가 이동했다 안으로’란 뜻이 되고 He moved in on은 ‘그가 이동했다 안으로 계속해서’란 뜻이 되고 He moved in on the ward는 ‘그가 이동했다 안으로 계속해서 병실을(병실로)’란 뜻이 된다. 마지막 문장에서 on을 ‘전치사’가 아닌 ‘부사’로 인식하는 것이 그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다.
영어 실력자들도 in의 부사역할은 인식하지만 on의 부사역할은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on이 the ward 앞의 전치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He moved in on the ward란 문장을 “그가 병실로 들어갔다.”라고 대충 해석한다. 그러나 앞 문장은 “그가 병실로 죽 들어갔다.”라고 해야 정확한 해석이다. 또한 영어로 He moved on in the ward라고 해도 100% 같은 뜻이다. 작은 뜻풀이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해야 영어가 친숙해진다.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는 공든 탑이 쌓이지만 ‘대충의 해석’을 바탕으로는 공든 탑이 쌓이지 않는다. 그것이 한국인들이 영어공부를 오래 해도 그만큼 실력이 쌓이지 않는 이유다.
왜 ward는 ‘병실’이란 뜻이 되는가? 영어 사전에 ‘병실’이란 뜻이 있기 때문인가? ward를 병실이란 뜻으로 알고 외우면서 핵심 뜻을 알지 못하면 영어는 ‘영원히 어려운 언어’가 된다. ‘병실’이란 뜻은 병원 상황에서 뜻풀이된 표현이지 그 단어가 가진 핵심 개념이 아니다. 그렇다면 ward는 어떤 핵심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ward는 wear와 같은 어원의 단어다. 언뜻 보면 두 단어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wear는 we에서 유래된 단어이고 wed와 with도 역시 we에서 유래된 단어다. ward, wear, we, wed, with가 같은 어원의 단어란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그 단어들의 연관성을 알아야 개념도 정확하게 알게 된다.
we는 1인칭 복수형인 ‘우리’란 뜻이다. 자세히 보면 영어의 ‘we’와 한국어 ‘우리’는 원초적인 연관성이 있다. 이 사례처럼 바벨탑 사건으로 언어가 급격히 분화되기 전에 인간의 원초적인 언어감각과 원초적인 소리 인식 능력으로 인해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외국어 단어들이 서로 유사한 발음과 의미를 가진 경우도 상당히 많다.
영어의 we를 동사라고 가정하고 뜻풀이하면 ‘우리로 묶다’라는 뜻이 된다. 그 단어를 과거분사 형으로 표현하면 wed(우리로 묶여진)란 형용사가 된다. 그 형용사를 품사변형이 자유로운 영어의 특징을 살려서 동사로 변형시키면 ‘우리로 묶이게 하다’란 뜻이 된다. 결국 wed는 ‘우리로 묶이게 하다’란 것이 핵심 뜻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함께 붙이다, 결혼하게 하다, 결혼하다’란 뜻이 된다. 결국 we와 wed는 같은 어원의 단어인 셈이다.
with와 wed도 같은 어원의 단어다. 일단 두 단어의 발음이 유사하다. 대부분의 언어가 그렇듯이 발음이 유사하면 대개 뜻도 같은 범주에서 형성된다. 영어 철자에서 모음도 각각의 핵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단어의 의미 규정은 주로 자음을 통해 규정된다. 즉 영어 단어에서 자음 철자는 ‘의미 형성의 주된 요소’이고 모음 철자는 ‘의미 형성의 보조 요소’다. 그런 원리에 의하면 we와 wi는 같은 범주의 의미를 가진 단어다. 그런 원리를 따라 with는 ‘우리 상태로 쭉’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조금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함께 묶여서, 함께’라는 뜻이 된다.
wear도 we에서 나온 단어다. 한국어로 we는 ‘우리’로 뜻풀이 되어 있고 wear는 ‘옷’으로 뜻풀이되어 있다. 그 뜻풀이만 보면 두 단어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wear의 뜻이 동사로는 ‘닳게 하다, 탈진시키다’라는 뜻도 있다. we와 wear의 연관성도 찾기 힘들지만 wear의 뜻풀이인 ‘옷’이란 명사 개념과 ‘닳게 하다, 탈진시키다’란 동사 개념의 연관성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동음이의어’로 여기고 무작정 외울 때가 많다. 그처럼 언어의 원초적인 핵심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동음이의어가 아닌데 동음이의어로 여기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한국어에서 사람의 1인칭 복수형을 표현할 때 쓰는 ‘우리’와 동물을 가둔 곳을 표현할 때 쓰는 ‘우리’는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또한 동물의 ‘우리’와 집의 ‘울타리’도 결국은 같은 뜻에서 나온 단어다. 동물 우리를 만들거나 집 울타리를 칠 때 판자나 밧줄이나 끈으로 어떤 공간을 죽 둘러서 친 다음에 그렇게 만든 곳을 ‘우리’ 혹은 ‘울타리’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 혹은 ‘울타리’는 ‘둘러서 만든 곳’이다. 영어의 wear도 그 개념에서 나온 단어다.
wear의 핵심 뜻은 ‘두르는 것’이란 뜻이다. 동사로는 ‘두르다’라는 뜻이다. ‘사람의 몸에 두르는 것’도 wear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옷’이란 뜻이 되는 것이다. 또한 ‘두르다’라는 말은 어떤 사물 주위로 무엇인가를 ‘뱅뱅 돌리다’라는 뜻도 된다. 결국 wear의 동사형 뜻은 ‘두르다, 옷 입다’라는 뜻도 있지만 ‘뱅뱅 돌리다’라는 뜻도 있다. 그것을 보면 동사형 wear(뱅뱅 돌리다)의 뜻과 동사형 tire(묶어 돌리다)의 뜻이 상당히 유사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뱅뱅 돌리면서(wear) 계속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옷의 경우에는 해어지기에 ‘해어지게 하다’라고 뜻풀이하면 되고 다른 사물의 경우에는 닳게 되기에 ‘닳게 하다’라고 뜻풀이하면 되고 사람의 경우에는 탈진하게 되기에 ‘탈진시키다’라고 뜻풀이하면 된다. 결국 wear의 ‘옷’이란 뜻과 ‘닳게 하다, 탈진시키다’란 뜻이 동음이의어가 아니고 같은 뜻이 변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처럼 단어의 핵심 개념과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영어 실력도 깊어진다.
wear와 같은 쉬운 단어의 핵심 개념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하는 현재의 영어공부를 통해 영어를 깊이 있게 잘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많이 공부해도 영어실력이 잘 늘지 않는 이유는 일본식 영어공부 방법으로 인해 wear와 같은 쉬운 단어의 핵심 개념조차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단어를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트영어가 한국에 하루빨리 확산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왜 ward가 wear와 같은 어원에서 나온 단어인지는 다음번에 설명하고자 한다. 그때까지 ward와 wear의 연관성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라.(월간새벽기도 주필 이한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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