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898) - 나가라 하실 때 나가면 되겠지 하고 있습니다
샬롬~^^ 저 또한 샬롬입니다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는데 봄냄새가 납니다
제가 지내는 교도소 담 밖에 있는 기숙사 같은 건물 주변에는
온통 개나리 나무 천지예요
진짜 봄이 오면 정말 장관이겠죠? 내심 가슴이 설렌답니다
소 전체에 대검방이 예정되어 있어서 어제 오늘 짐 정리를 했어요
자기 물건이 아닌 것, 제작한 것 이런 거 가지고 있으면 안되거든요
집에 보낼 책들 그리고 구치소 시절부터
성경말씀 읽고 기도 내용을 적었던 노트들, 각종 재판 서류들.....
쭉 훑어보고 정리하고 그랬어요
옷은 봄과 여름에 입을 두어 벌 남기고 겨울옷은 버릴까 합니다
(여기서 겨울옷은 다시 입을 일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짐이 얼마 없더라고요
옷 몇 벌과 이불 서너 채로 7년 가까이 잘 살아낸 걸 보면
그동안 밖에서 누렸던 온갖 것들이
꼭 필요한 것들만은 아니었구나 싶기도 했어요
나갈 때가 되긴 했는지 여기저기서 가석방 얘기 없냐고 물어 옵니다
만기가 가까워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처럼 간절하지는 않더라구요
제게 가장 복된 시간으로 이미 계획 잡으셨을 테니까
나가라 하실 때 나가면 되겠지 하고 있습니다
얼마 안 남았네 하니 같은 방 00이랑 함께 매일 성경을 봅니다
이제 민수기를 끝냈는데요
정말이지 성경 말씀은 살아 있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 읽을 때와 또 다른 구절에서 감동을 받으니 말입니다
하나님과 호흡을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전진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쉬기도 하며...
제발이지 이번만큼은 하나님을 떠나는 죄를 짓지 않기를.....
짧지 않은 시간 저와 함께해 주시고
같은 곳을 바라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소식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00 드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