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905) - 재소자들은 물질적 크기에 따라 개종(?)합니다
안녕하세요
몇 번의 편지를 드리면서 계절도 몇 번 바뀌었네요
밤이면 낮은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편지를 써 보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니 편지 발송을 계속 미루게 되더군요
월새기는 매월말 3~5일 전 정확하게 도착하고 있습니다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하나님 앞에서는
누가 누굴 탓할 수 없는 죄인이라고
하나님을 섬기는 분들은 오셔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곳 재소자들은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란 말씀을 잘못 받아들여
수용자도 바깥 사람과 다를 바 없다며 마음 편히(?)생활하는 것이 밉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더 낮은 곳에 더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된 자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곳에 있는 동안에만 하나님을 찾고 월새기를 기다리다가
이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과거 사람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을
저는 이곳 생활을 하며 많이 들은 기억이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이곳 교도소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기독교 예배가 있습니다
교정기관 선교를 담당하는 목사님 4~5분이 번갈아 오십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대략 2~3백 명 정도가 예배에 참석했는데
요즘은 참석 인원이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예배 참석 숫자가 갑자기 줄어든 이유가 있습니다
기독교는 예배 끝나고 빵 하나 주는데 비해
천주교는 빵+컵라면+과자, 불교는 따뜻한 흰떡+컵라면...
이렇게 참석한 재소자들에게 나눠줍니다
그렇다보니 재소자들은 물질적 크기에 따라 개종(?)합니다
시쳇말로"떡신자"라고 부릅니다
한 번 종교를 바꿀려면 개종(?)하겠다고 신청합니다
6개월이 경과하면 다시 개종할 자격(?)이 부여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사유를 묻거나 면접하는 절차도 없습니다
이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 시설......
예배를 위해 먼 길 달려와 예배 보고 돌아가실 때
남아 있는 이곳 기독교 신자들을 위해 어떤 기도를 하실까요?
저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오늘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저의 넋두리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0 0 0 드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