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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강하고 위대하다
작성자 미션퍼블릭 등록일 2018-03-21
사랑은 강하고 위대하다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은 러시아의 유대마을 아나태프카에 사는 유대인 테비에(Tevye) 가정을 통해 유대인의 애환을 그린 영화다. 5딸을 둔 테비에는 전통대로 딸의 결혼을 정해 주려고 하지만 딸들은 전통을 거부했다.
   
  테비에는 첫째 딸이 돈 많은 정육점 주인과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딸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가난한 재봉사 모텔을 원했다. 아빠는 “네가 가난의 설움을 잘 모르는구나!”라고 말했지만 딸을 사랑했기에 결혼을 허락했다. 사랑은 전통보다 앞섰다. 결혼식에서 아빠는 어느새 자란 예쁜 딸을 시집보내는 애틋한 사랑의 노래를 했다. 그 노래가 유명한 < 해뜨고 해지고(Sunrise Sunset) >이다.
   
  얼마 후, 둘째 딸은 급진주의 학생 파치크의 청혼을 받았다. 파치크는 전통보다 변화를 중시했고 부자를 싫어했고 스스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고 여겼다. 테비에도 그를 나쁘게 보진 않았지만 딸의 불행을 염려해 결혼을 허락하지 않자 파치크는 당돌하게 말했다. “저희는 허락이 아닌 축복을 원합니다. 저희는 결혼할 겁니다.”
   
  스스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전통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딸을 사랑했던 테비에는 결국 그 결혼을 허락했다. 역시 사랑은 전통보다 앞섰다. 문제는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위해 테비에는 노래를 통해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나를 사랑하오?” 아내가 딴청부리며 말했다. “사랑하느냐고요? 25년 동안 빨래하고 음식하고 청소하고 아이들을 낳아 주고 당신을 도왔는데 무슨 사랑 타령인가요?”
   
  테비에는 말했다. “여보! 당신을 처음 만난 건 결혼식 날이었어. 당황했지?” 아내가 말했다. “부끄러웠어요.”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물었다. “당신 나를 사랑하오?” 아내가 말했다. “나는 당신의 아내잖아요.” 계속 물었다. “알고 있소. 하지만 나를 사랑하오?” 아내가 말했다. “25년 동안 산 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나를 사랑한다는 거요?” “아마 그런가 봐요.”
   
  25년 만에 사랑을 주체적으로 새롭게 확인함으로 딸이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인정해 주자는 아빠의 배려였다. 결국 결혼을 허락하지만 파치크는 혁명 가담 사실이 발각되어 시베리아로 유배가게 되고 딸도 그를 만나러 시베리아로 떠났다.
   
  기차역에서 아빠가 말했다. “그가 아직도 네겐 영웅이냐? 체포되었다며?” 딸이 말했다. “네! 아빠! 하지만 나쁜 짓 한 것은 아녜요. 모두를 위해 일한 거예요.” 테비에가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지 왜 얘기를 안 해?” 결국 딸이 말했다. “시베리아로 유배되었어요.” 테비에가 말했다. “시베리아! 그곳까지 너를 오라는 거냐?” 딸이 말했다. “아녜요. 제가 가고 싶어 가는 거예요. 그를 돕고 싶어요.”
   
  테비에가 안타깝게 말했다. “너는 내 딸이야! 그런데 결혼 주례는 누가 해 주지?” “아빠! 약속할게요. 꼭 격식을 갖춰 결혼할게요.” “아마 한두 명 랍비도 잡혀왔을 거야. 그에게 안부 전해 다오. 널 아껴 주리라 믿는다고.” “아빠!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하나님 손에 맡기자.” 딸에게 키스하고 나가려다 멈춰 돌아본 후에 아빠는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하나님! 시베리아는 춥다니까 옷이라도 따뜻이 입게 해 주세요.”
   
  셋째 딸은 러시아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테비에가 유대인과 러시아인의 결혼은 새와 물고기의 결혼이라 여기며 극력 반대하자 딸은 말했다. “아빠! 세상이 변했어요.” 아빠는 말했다.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도 있어!” 결국 셋째 딸은 집을 나가 신부의 주례로 결혼하고 아빠는 그 딸을 죽은 딸로 생각했다.
   
  얼마 후, 러시아의 정국이 악화되며 아나태프카에 사흘 안에 마을을 떠나라는 유대인 퇴거 명령이 떨어졌다. 테비에는 “아나태프카가 에덴동산은 아니지!”라고 자조하며 미국행을 결심했다. 그때 크라코우로 떠나는 셋째 딸이 마지막으로 아빠를 찾자 아빠는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하시길 바란다.”는 축복의 말과 함께 딸을 용서하고 아빠는 딸의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역시 사랑은 전통보다 강했다.
   
  아버지는 ‘전통’을 내세워 자녀가 품 안에 있기를 원한다. 자녀는 ‘변화’를 내세워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기를 원한다. 부모는 자녀가 비바람을 피하기를 원하지만 자녀는 비바람을 향해 나간다. 그런 이유로 갈등도 생기지만 부모는 결국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기도하며 지켜본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다.
   
  언젠가 나도 두 딸을 시집보내면서 < 해뜨고 해지고(Sunrise Sunset) >을 부를 날이 올 것이다. 열심히 키웠더니 언젠가 스스로 자란 것처럼 생각하고 자기 사랑을 찾아 훌쩍 떠날 것이다. 그래도 좋다. 그저 사랑하는 딸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딸을 보내면 서럽다고 하는데 사랑은 그런 서러움을 얼마든지 이겨 내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은 강하고 위대하다.
   
  때로 연인과의 사랑은 부모와의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때로 연인의 얼굴에 가려 부모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결국 연인의 얼굴 뒤에서 언젠가는 부모의 얼굴을 그려 낸다. 부모의 사랑의 흔적은 너무 깊기 때문이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것’이 위태한 것처럼 부모의 삶의 흔적인 전통도 위태하다. 그런 위태한 상황에서도 사랑은 중심을 잡게 한다. 사랑은 위태한 삶에서 위대한 삶을 꽃피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테비에의 질문이다. “Do you love me?(당신 나를 사랑하오?)” 그 질문은 결국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너 나를 사랑해?”라고 묻는 사람은 없다. 나도 가끔 자녀들에게 묻는다. “은혜야! 한나야! 엄마 아빠 사랑해?” 그 말은 “내가 너희들을 정말 사랑해!”라는 말이다. 사람에게는 그런 사랑의 음성이 필요하다.
   
  ‘삶이 힘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랑이 식어진 것’이 문제다. 진실한 사랑이 있다면 수고가 기쁨이 되고 고통도 즐거움이 된다. 사랑 하나만 있으면 불행을 얼마든지 행복으로 소화해 낼 수 있다. 사랑은 강하고 위대하다. 사명보다 사랑이 중요하다. 인생의 제일 과제는 사랑의 회복이다. 이한규의 <상처는 인생의 보물지도>가족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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