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나비가 되라
1995년 12월 8일,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성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이며 준수한 외모와 화술로 프랑스 사교계를 풍미하던 43세의 장 도미니크 보비(Jean-Dominique Bauby)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3주 후, 그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전신 마비가 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후, 그는 눈 깜빡임 신호로 알파벳을 지정해 글을 썼다. 때로는 한 문장 쓰는데 꼬박 하룻밤을 새웠다. 그런 식으로 대필자인 클로드 망디빌에게 20만 번 이상 눈을 깜박여 15개월 만에 쓴 책이 <잠수복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다. 책 출간 8일 후, 그는 심장 마비로 그토록 꿈꾸던 나비가 되었다.
그는 서문에서 썼다.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연스런 들숨과 날숨을 가진 것만으로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고 불평과 원망은 행복에 겨운 자의 사치스런 신음이다.
어느 날, 그는 5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아들을 보고도 그를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없어서 눈물을 쏟았다. 동시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목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에 오히려 아들은 놀란 표정을 했다. 그때 그는 건강의 복을 모르고 ‘툴툴거리며 일어났던 많은 아침들’을 생각하며 죄스러움을 금할 길 없었다.
그는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갇힌 신세가 되었지만 마음은 훨훨 나는 나비를 상상하며 삶을 긍정했다. 그는 말했다. “혼수상태에서 벗어난 직후 휠체어에 앉아 산책에 나섰을 무렵, 우연히 등대를 발견한 것은 길을 잃은 덕분이었습니다.”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등대를 찾을 수 있다. 기회는 위기 덕분이고 일류는 이류 덕분이고 고귀함은 고생함 덕분이다.
상처는 상급을 약속한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사는 길은 있다. 넘어진 곳이 일어서는 곳이다. 가장 절망적인 때가 가장 희망적인 때고 어두움에 질식할 것 같을 때가 샛별이 나타날 때다. 희망이 늦을 수는 있지만 없을 수는 없다. 별은 멀리 있기에 아름답듯이 축복은 조금 멀리 있어 보일 때 오히려 인생의 보약이 된다. 늦게 주어지는 축복이 더욱 풍성한 축복이다.
꿈과 희망은 영혼의 날개다. 내일의 희망이 있으면 오늘의 절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비극적인 일은 꿈과 희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실현하고자 하는 꿈과 희망이 없는 것이다. 꿈과 희망은 축복의 씨앗이고 행복의 설계도다. 지옥은 꿈과 희망이 영원히 없는 곳이고 천국은 꿈과 희망이 영원히 넘치는 곳이다. 절망이 희망을 대신할 때 인생은 늙어지기 시작하고 희망이 절망을 대신할 때 인생은 젊어지기 시작한다.
꿈과 희망을 품고 삶을 바라보라. 힘들다고 느낄 때 더욱 힘든 사람을 생각해 보라. 절망 중에서도 마음속에 태양을 품고 온기를 느끼라. 바른길로 이끄는 ‘상처의 표지판’을 긍정하며 내일의 희망을 향해 훨훨 나는 나비가 되라. 이한규의 <상처는 인생의 보물지도> 희망편 중에서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