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870) - 십 년을 여섯 바퀴 반을 넘기고서야 제정신이 든 것
나에겐 창살 위로 낮게 떠 있는 뭉게구름과
제비들의 날개짓이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들을 보며 멍 때리는 순간 또한 즐겁고
아무것도 내맘대로 할 수 없는 이곳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싹을 티울 수 있다는 건 순전히 임마누엘 때문이었습니다
십 년을 여섯 바퀴 반을 넘기고서야 제정신이 든 것,
또한 그분의 은혜였습니다
매사에 일거수일투족이 우연이라 믿었고
나 잘난 맛에 제멋대로 살아온 지난날들을
속시원히 떨쳐버린 것 또한 그분이 주신 축복입니다
저는 이번 연단의 길목에서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어설픈 행동으로 피해자가 계시고 합의를 보지 못해
1심에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감형 받아 1년 2개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수용 생활 중에 일촉즉발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말씀 붙들고 위기를 잘 버텨 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달 결정된 가석방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2월이 만기일인데...
곧 출소일입니다 제겐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한 것이라곤 회개하고 말씀 읽고 기도한 것뿐인데
이같은 한량없는 은혜와 축복을 주시니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월새기를 만난 것은 이곳 00교도소 기독교 집회에 참석했을 때
우연히 집어 든 책자 한 권이 월새기였습니다
좀더 일찍이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건
풀어 쓰신 말씀 한땀 한땀이 미천한 인격인 제게도
가슴에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신앙생활이 월새기를 정기 구독하면서
깊은 믿음으로 자리 잡히기를 소원합니다
이한규 목사님!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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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