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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대만의 황수 선교사 이야기)
작성자 미션퍼블릭 등록일 2015-07-22
사랑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
 예전에 대만의 황수 선교사가 갑상선 암에 걸린 소식을 듣고 필자는 바로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선교사님!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혹시 후방에 있는 저희들이 너무 선교사님을 외면해서 마음의 병이 육신의 병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지요? 선교사님에게 무심했던 점에 대해 하나님 앞에 회개했습니다.”
 
  황 선교사는 처음부터 개인 후원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만 선교를 떠났다. 선교사에게 후방의 후원자가 없는 것처럼 외롭고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은 없다. 암은 마음의 병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그가 갑상선 암에 걸린 것이 그런 마음의 상처 때문은 아닌가 생각하고 회개가 나온 것이다.
 
  갑상선 암 수술을 마치고 얼마 후 귀국한 황 선교사가 수요일 저녁예배 때 말씀을 전하러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 왔었다. 의외로 건강해보여서 크게 안도했다. 그때 찬양을 인도하던 전도사의 인도에 따라 황 선교사를 향해 축복의 손을 펴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찬양을 불러드렸다.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황 선교사의 암이 발견될 때는 당시 중국 본토의 선교사역을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그때 목에 이상을 발견하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가볍게 여기고 약만 지어주었다. 그래도 목의 이상이 계속되어서 다른 병원을 갔다가 암 진단을 받았다. 암이 진행될 때는 급속도록 진행된다고 하는데 오진으로 한 달이나 치료가 늦어진 사실에 대해 분노가 생겼다.
 
  결국 목 양쪽의 갑상선을 다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성탄절 전날 밤에 병상에 누워 쓸쓸함과 절망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이런 깨달음이 생겼다. “이 병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려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다가 그는 갑자기 통곡했다. 암 진단이 한 달 늦은 것에 대해서는 크게 분노하면서 자신이 복음을 한 달 늦게 전하는 것은 가볍게 생각했던 나태함이 떠오르면서 회개의 통곡이 나온 것이었다. 한참 울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지면서 하나님이 자신의 병을 치료해주심을 느꼈다.
 
  그날 밤 서울에서 단기선교를 온 청년들이 성탄 이브 행사를 마치고 문병을 와서 병상을 둘러싸 손을 펴고 축복송을 불러주었다. “당신을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그때 황 선교사는 그 노래 가사가 자신의 사명 고백처럼 느껴졌다. “내가 존재함으로 주님의 기쁨이 되고 대만 사람의 기쁨이 되는구나!”
 
  당시 황 선교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내가 1년 내내 습한 이곳에 와야 했는가?” 습한 기후도 병의 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원래 그는 중국인을 싫어했다. 그의 아버님이 6.25 때 중공군의 총에 맞아 부상당해 오래 고생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대만 땅으로 보내 중국인을 복음으로 품는 사명을 주셨는데 청년들의 찬양을 듣고 대만 사람의 기쁨이 되기 위해 대만 땅에 왔다는 사명감이 새로워짐을 느낀 것이다.
 
  두 번의 수술과 두 번의 방사선 치료과정을 잘 마치고 병원을 나설 때 황 선교사는 다시 한 번 둘째 딸을 통해 강한 치유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둘째 딸은 약간 자폐증 증상이 있었다. 한국인 1세인 자신과 미국 이민 2세로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이 한국말과 영어가 다 부족해지는 언어혼란을 겪고 있었는데 다시 대만에서 중국어를 접하면서 언어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을 극도로 기피한 것이다. 그래서 둘째 딸을 볼 때마다 늘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선교는 우리 사명인데 고생은 네가 더 하는구나.”
 
  퇴원하던 날, 그는 둘째 딸과 함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암에 걸린 아빠와 자폐증에 걸린 딸이 손을 잡고 걸어서 병원을 나서는데 갑자기 그에게 어떤 환상이 보였다. 후일에 둘째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환상이었다. 그때 그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나님! 이 환상은 정말 제게 주신 것이지요? 제 딸이 잘 커서 결혼할 때까지 저는 절대 죽지 않는 것이지요?”
 
  그 환상은 병으로 생긴 부정적인 마음,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공포감을 단번에 사라지게 했다. 또한 “나는 병들고 실패한 선교사다!”란 생각을 극복하고 사명감을 회복하게 했다. 그런 모든 부정적인 마음들이 딸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설 때 완전히 치유되는 것 같았다. 사명이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사명이 분명하면 넘치는 생명력도 생긴다.
 
  수요일 저녁예배 후 밤 10시쯤 헤어지면서 황 선교사가 필자에게 말했다. “목사님! 우리 한번 허그합시다.” 두 남자가 허그하고 헤어졌다. 교회로 돌아와 무릎을 꿇었다. 테레사 수녀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사랑을 증언하고 인생을 축복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증언하고 서로 축복해야 한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또 다른 사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황 선교사는 지금까지 대만에서 약 20년 동안 대만 선교를 했다. 3년 전 기독교 선교연맹 대만 선교부는 복음화가 10% 정도 된 타이베이를 떠나 복음화가 1%에 불과한 시골 지역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윤린의 사호(4개의 호수란 의미)로 선교센터를 이전했다. 그때 황 선교사도 사호 근처의 시골인 원장이란 지역으로 이주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시집 온 여성들로 형성된 다문화 가정을 타깃으로 ‘기은당’이란 교회를 섬기고 있다.
 
  시골로 이주하면서 황 선교사에게는 기도제목 3가지가 생겼다. 첫째, 시골 지역이라서 대만의 공식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 문제를 위해 기도요청을 했다. 둘째, 시골에서 사역하면서 생기는 외로움을 잘 극복하게 해달라고 기도요청을 했다. 셋째, 교인들의 상당수가 다문화 가정에서 버림받은 여인이기에 재정적으로 도와야 할 일이 많이 생기는데 그 필요한 재정이 채워지도록 기도요청을 했다.
 
  황 선교사는 조용히 활동하는 스타일이라서 필요가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소리가 작은 사람에게 더 사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리가 작은 선교사를 향한 기도와 관심과 배려와 후원은 그에게 사역을 잘 지탱하게 하는 귀한 영적인 연료가 된다. 어려운 기도제목 앞에서 암담함을 느낄 때 그의 삶에 개입해 ‘발 디딜 자리’를 만들어주면 그는 마음속에 깔린 회색의 재를 걷어내고 희망의 불을 새롭게 지피게 될 것이다.
 
  전혀 모르는 선교사를 위해 기도할 때 그것이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란 의식을 ‘하나님의 사랑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란 의식으로 승화시킨 후 은밀한 기도의 손을 통해 누군가에게 발 디딜 자리를 만들어주는 무언의 사랑을 보내면 자신에게도 하나님의 무언의 사랑이 임하게 될 것이다.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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