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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린 둘째 딸이 안마를 해주며 말했다. “아! 꽃게가 먹고 싶다. 아빠 얼굴을 보니까 꽃게가 생각나요.” 비유적인 표현인 줄 알지만 아빠 얼굴이 꽃게라니... 그런데 곧 한술 더 떠서 말했다. “아빠 얼굴의 점은 꽃게에 넣은 소스 같아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썩 그랬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운 딸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 시험하고 싶었다. 마침 다리를 안마해주고 있어서 물었다. “한나야! 그러면 아빠 다리를 보면 뭐가 생각나?” 남 기분 좋게 하는 선수인 딸로부터 좋은 말을 기대하는데 한나가 말했다. “아빠 다리를 보면 으응... 30센티 자가 생각나요.”
충격 먹었다. “아니? 아무리 아빠 다리가 짧게 보여도 30센티 자가 뭔가?” 옆에서 아내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때 나는 기분 나쁜 척 하며 “한나야! 아무리 농담이라도 어떻게 아빠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니?”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딸이 아빠를 최고라고 믿고 사랑함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과 믿음은 상처를 유머의 소재로 만들고 어떤 말도 넉넉하게 소화할 수 있는 영적 소화력을 준다.
옛날에 긴급한 사정이 생겨 아이 이름으로 들은 마지막 적금 통장을 해약했다. 그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이제 남은 통장이 하나도 없는데 불안하지 않아요?” 그때 아내가 대답했다. “저는 당신이 책임감이 있음을 알아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른 무슨 말이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겠는가? 아내는 시인은 아니지만 가끔 가정 명언을 만들어낸다. 그때마다 사랑과 믿음이 시를 낳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과 믿음은 누구나 시인으로 만든다. 더 나아가 사랑과 믿음은 행복과 기적의 원천이다. 어린 자녀들이 배가 아플 때 엄마 아빠가 만져주면 신기하게 나을 때가 많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자녀의 부모에 대한 믿음이 합작되어 치유가 일어난 것이다. 사랑과 믿음은 세포 하나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시간이란 마술 지우개는 모든 것을 다 지워도 사랑만은 지우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사라져도 사랑의 추억과 열매는 영원히 남는다. 내 안에 있는 사랑의 샘물에서 더 많은 샘물을 퍼 올려 세상에 흘려보내면 세상은 달라진다. 사랑과 믿음은 어떤 환경도 변화시킨다. 힘들어도 사랑을 잃지 않고 “나는 당신을 믿어요!”라고 할 때 지친 사람은 벌떡 일어나고 찌든 환경은 벌써 변화된다.
사랑과 믿음이 없는 곳은 사막과 무인도가 된다. 문제는 사랑이 없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사랑을 말하지만 믿음이 결여된 값싼 사랑이 너무 많다. 사랑에 믿음의 인내가 없다면 그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탄산수와 같은 값싼 사랑은 오히려 갈증을 심화시킨다. 참된 사랑은 즉시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기까지 오래 참아주는 것이다. ‘사랑과 믿음이 등장하는 때’가 ‘방황과 불안이 끝장나는 때’다.<상처는 인생이 보물지도> 가족편 중에서